[55회 세무사 합격수기] 직장인으로 5번의 2차시험 도전 끝에 최종합격
- 전문직 합격후기/세무사
- 2022. 11. 24. 14:05
안녕하세요. 55기 세무사 시험에 합격자입니다.
올 해 시험에 합격하신 예비세무사님들 그리고 도전하였으나 불합격하신 분들 모두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험생으로서 공부하는 기간이 얼마나 고된지 잘 알기 때문에 합불에 관
계없이 도전하신 분들의 열정은 모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저는 직장인 수험생이었습니다. 올해까지 총 5번의 2차 시험을 봤고, 약 5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1차 시험 당시 5년차 직
장인이었고, 현재 10년차 과장으로 외국계 헬스케어 사업부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는 회계와 상관없는 건축학을 전공하였고, 지금까지 경력도 Project Manager로 회계와 관
련이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회계나 경영 전공자가 시험 준비 초반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결국 2차까지 가는
긴 싸움에서는 체력, 신념, 끈기를 당해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고등학교, 대학교 때에
도 공부를 계속해 오던 분이라면 전공에 관계없이 집중력 있게 공부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차, 2차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에 앞서 제가 5년 동안 이 공부를 해야만 했던 저의 상황(혹
은 변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메이저 강사님의 2차 강의를 듣다 보면 장수생에 대해 가혹하
게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나태하거나 나약해서가 아닌 열심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도 오랜 기간 동안 수험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
저는 2013년 1차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그리 오랜기간 수험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차 2차 합격을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당일 저녁에 1차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들뜬 마음에 직장
에서 부모님께 이 소식을 언제 알릴지 고민하던 찰나, 어머니가 지주막하 출혈(뇌출혈 중 예후
가 안 좋은 부위)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어떻게 병원에 도착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어머니는 즉시 수술을 받고 약 한달 반을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계셨
습니다. 다행히 그 후에 잠시 깨어나셨지만 2014년이 시작된 겨울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2014년 겨울 2차 주말반 강의를 듣다가 비보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게 기억이 나네요. 그리
고 그해 3월 아버지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유예생으로 그 해 2차 시험은 또 어떻게
봤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 것 투성이입니다. 2015년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 아버지 장례를 조촐하
게 치루고, 그 해 2차 시험을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차 시험에 다시 붙었다는 것조차 놀랍
습니다. 그리고 2016년도 아직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2차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2017년은 1차 시험도 보지 않고, 드디어 올해 2018년 1차 시험을 다시 치루고 준비하여 2차
에 합격하였습니다. 참 길고도 짧은 5년간의 이야기이네요.
가끔 2차 시험 강의를 듣다 보면 다같이 점심 식사 혹은 저녁 식사를 할 때 공부기간이 길
어진 이유를 여쭤보시던 분들이 계십니다. 그 때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오늘 합격수기에 이
렇게 들려드리네요. 독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이 기간 동안 2017년을 제외하고는
시험 공부를 했던 못했던 1·2차 시험을 모두 치루었습니다. 가능한 한 평일에는 아프신 부모
님을 뵙고, 회사도 다니고, 주말에는 온라인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의 변명입니다. 장수생 여러분들은 각자 자신의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그 속사정을 모르는 강사, 친구, 동료 들이 어떤 말을 하던지 자신을 믿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분위기를 전환해서 1차, 2차 공부방법, 강사님, 교재를 소개하겠습니다.
[1차 공부방법]
1. 재무회계
강사: 김강호 세무사님, 교재: 김영덕 저서
김강호 세무사님의 장점은 직장인 수험생의 정신적, 물리적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
다. 매주 강의 전 복습 및 배울 내용에 대한 summary를 간단히 하며 시작하시고, "재무회계
가 난관이다"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굉장히 추천할 만한 강사님입니다. 이전에 학생 수 200명
정도의 강의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전체적인 이해도를 보고, 문제를 좀 더 꼼꼼히 풀어주
시거나, 가볍게 넘어가는 등 노련한 강의가 돋보이는 분입니다. 1차 반, 2차 반, 코스 당 최소
한 번 이상은 점심시간도 함께 하셔서 감사했습니다.
2. 원가회계
강사: 이남재 회계사님, 교재: 이남재 저
충실하게 진도를 밀리지 않고 강의해주시는 강사님입니다. 저는 원가의 경우도 굉장히 유명
한 강사님께 수업들은 적이 있는데, 말이 너무 빠르고 본인 위주의 강의를 이어나가서 굉장
히 실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수험생들의 이해도를 간간히 살피시고, 때로는 수업시간이 지나
서까지(?) 문제를 풀어주시는 열정도 있는 분입니다. 중간 중간 잠깨기 위해 본인 경험을 이
야기 해주시는 부분도 즐거웠습니다.
3. 세법개론
강사: 노희양 세무사님, 교재: 이철재 등 저
깐깐한 필기와 특유의 냉소적 유머의 대가이신 강사님입니다. 오랫동안 세법개론 강의를 들으면서
잊고 있었던 내용 들을 새록새록 깨워주는 타입입니다. 강의량이 꽤 되는 부분은 동차생 직장인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메이저 학원에 비하면 수강해야 할 양은 적습니다.
4. 선택(상법)
강사: 김학묵 박사님,
아마 지금은 강의를 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영 도움이 안되겠네요.) 처음에
는 이 분 말투와 목소리가 왜 이렇게 졸린지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교재가 너
무 완벽합니다. 법령만 있는 교재까지 너무 좋아요. 나중에 익숙해지면 매일 밤 30분씩만 읽
어도 3일이면 다 읽습니다. 상법은 항상 80점대를 받았습니다.
5. 재정학
강사: 황정빈 박사님/ 교재: 정병열 저(기본서), 황정빈 저(객관식)
경제학에 무지한 저에게 실생활의 예를 생생하게 들어주시면 쉽게 이해시켜 주셨습니다. 수
업이 즐거워서 그런지 재정학 점수는 항상 70점대를 유지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강
사님입니다.
[2차 공부방법]
1. 회계학 1부(재무)
강사: 김강호 세무사님/김승철 세무사님, 교재: 김영덕 저서
김강호 세무사님의 가장 큰 장점은 챕터 시작 시 중요한 내용을 한번 필기해주고 시작한다는 점입니
다. 이게 글씨를 잘쓰셔서 그런지 목소리 때문인지 신기하게 기억에 잘 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우물쭈물해도 단호함이 아닌 젠틀함으로 끝까지 설명해주셔서 회계초심자에게 큰 위로와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김승철 세무사님의 경우 말이 정말 빠르십니다. 순식간에 따라가면서 문제를
풀다보면 엄청 빠른시간에 진도가 끝나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전략이 꽤 도움이 되었고, 제가 현금흐름표를 제외한(?!) 거의 전범위를 시험장까지 가져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회계학 1부(원가)
강사: 이남재 회계사님, 교재: 이남재 저
1차 시험과 동일한 이남재 회계사님 수업을 들었으며, 정확한 진도와 가능하면 skip 하는 단
원에서 최소 한 문제라도 가져가셔서 시험에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나왔을 때 도움이 되었
습니다. 아무래도 세무사 시험도 점점 전 범위를 가져가는 방향으로 시험 방향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3. 회계학 2부(세무회계)
강사: 장민 회계사님, 교재: 장민 저
교재에 기본문제만 실려있다. 이건 직장인 수험생에게 그리고 세무회계 초심자에게 어마어마
한 장점입니다. 올해 제 세무회계 점수를 올려준 건 바로 이 교재 덕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법인세법은 정말 많이 늘었어요. 여러분 이 책 꼭 사십시오. 단점은 강사님 글씨가 너무 작
음, 말을 흘리심. 그리고 좀 츤데레입니다.
4. 세법학 1부/ 2부
강사: 김재상 세무사님, 교재: 정연대 저
전 원래 세법학을 좋아하는 수험생입니다. 김재상 세무사님은 매 수업마다 기본적인 틀을
remind 해주셔서 제가 안정적인 세법학 점수를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신 것 같습니다.
또, 조특법을 신의 손으로 찍어주셔서 마지막에 본 부분들이 시험에 나오는 기염을 토했습니
다. 즐거운 강의 시간이었습니다.
[공부법]
1. 평일 9:00~18:00
근무, 야근이 거의 없는 직장이라 수험생활 동안 도움이 되었습니다. 직장인 수험생의 단점은
주어진 공부시간이 짧다, 회사 업무 스트레스로 공부를 시작할 시간에는 파김치가 되어있다
가 있습니다. 반면에 장점은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정신적인 타격이 적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
기 수월한 점이 있습니다.
2. 평일 19:00~24:00 (중간에 1시간 정도 쉬는 시간)
일주일에 적으면 2일 ~ 4일 공부하였으며, 하루는 저에게 주는 상으로 운동하는데 시간을 보
냈습니다. 저는 2018년 시험을 준비하면서 노트에 누적적으로 강의를 들은 단원을 작성하고,
무조건 한단원에 최소 한 문제 이상 푸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어릴 때 피아노 레슨 받
아보셨던 분은 아시겠지만, 매주 공부 완료한 부분은 동그라미 쳐가면서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제가 빠뜨린 단원이 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최종 정리하는 한달간이 꽤나
수월하였습니다.
3. 주말 종일
1차, 2차 모두 토요일, 일요일 직장인 반을 아이파경영아카데미에서 수강하였습니다. 아침 9
시 경에 시작해서 빠르면 5시 늦으면 8~9시에 강의가 끝났습니다. 집에 오면 피곤하더라도
당일 배운 것을 1시간이라도 보고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4. 마무리 한달
평소 패턴대로 매주 전 과목 전 범위를 한번씩 보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특히 올해
시험의 경우, 하나를 찍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전범위를 얉게라도 본 사람에게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5. 마무리 일주일
이틀에 전범위를 공부했습니다. 1차 2차 모두 수강 시작일 부터 이 기간까지 모든 문제를 최
소 5번~최대 20번까지 풀었습니다. (각 문제 위에 푼 날짜 표시, 자주 틀리는 문제는 V 표시)
6. 마무리 전날
전체적으로 4시간 안에 후루룩 훑어보고 새벽 1시까지 조특법 찍어주신 것을 보고 잠들었습
니다. 실제로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그동안 조특법을 소원하게 봤기 때문에 저로
서는 선택이 없었습니다. 신이 도우신 것인지 전날 본 단원이 대부분 시험에 나왔습니다.
[잘하는 과목/ 못하는 과목]
세무사 2차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세법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는 것
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1차 생동차 시절부터 세법학에서는 과락이 거의 나지 않았습니
다. 반면 당시 생소한 회계학과 세무회계는 평소에는 평범한 수준으로 하는 것 같은데, 시험
만 들어가면 맥을 못 추리곤 했습니다. 2018년 직장인 동차반을 들으면서 가장 집중한 것은
1. 어려운 문제를 풀지 않는다. 2. 기본적인 문제 위주로 한 챕터에 최소 한 문제는 잡는다.
3. 중요단원은(예: 올해는 수익, 주당이익) 전 문제를 다 푼다. 였습니다.
세법학은 물론 매일매일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고, 나중에는 앞글자도
외워보고 하면서 넓게 목차대로 외웠습니다.
가끔 세무사 카페의 글을 읽어보면 세법학은 과락만 면하고 회계학에 올인하면 된다라는 분
도 계십니다. 물론 이 방법이 정석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저처럼 세법학이 잘 맞고 회계는
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은 좀 더 균형감 있게 공부하시는 접근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전과목 50점~60점대로 골고루 점수를 가져가서 합격하였습니다.
[맺는말]
직장인 수험생의 세무사 합격은 힘들다고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전업
수험생에게도 고충이 있습니다. 수험생 카페에 가보면 3번째 2차 도전에 실패하고 30세가
넘어서 집에 볼 면목도 없고, 취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글이 꽤나 많이 올라옵니다.
직장인들도 상사에게 밉보일 각오, 친구와 만나지 않을 각오, 주말을 포기할 각오(생각해보면 전업
수험생들도 많이 포기하고 있는 부분이겠네요)를 하시고 굳센 의지로 도전한다면 (운이 따라줄 때
에) 합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시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으로 드리는 팁은 꼭 운동하세요. 정신도 맑아지고, 체력도 붙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는 덤입니다.
그럼 모두들 화이팅 하시고, 오늘도 행복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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